시종일몽(始終一夢)

귀양살이가 끝날 것을 미리 알려준 김수로왕 본문

예지몽이야기

귀양살이가 끝날 것을 미리 알려준 김수로왕

Hari k 2024. 3. 17. 0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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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암(虛庵) 정희량(鄭希良, 1469~?)은 연산군 때 문신이며 문장가다.

그의 나이 26세(1495)에 대과에 급제해 벼슬길에 나아갔으나, 3년 후인 29세(1498)에 일어난 무오사화로 귀양살이를 하게 된다.  
단지, 그의 스승이 김종직이란 이유로 아무 죄 없이 평안도 의주(義州)로 귀양을 간 것이다.

무오사화는 당시 사관이자 사림파였던 김일손이 세조의 왕위찬탈의 부당함을 빗대어, 그의 스승 김종직이 쓴 '조의제문'을 사초에 적었는데, 반대파인 훈구파가 이를 빌미 삼아 사림파를 대대적으로 숙청한 사건이다.

평안도 의주에서 귀양살이를 하던 정희량은 그의 나이 31세(1500) 애 다시 귀양지를 경상도 김해(金海)로 옮긴다.
바로 다음 해(1501) 봄에 김해 귀양지에서 어머니 청주 경 씨가 돌아가셨다는 슬픈 소식을 듣게 된다.

 

조선 정희량 예지몽_시종일몽(始終一夢)


마음 같아서는 바로 달려가 장례에 참여하고 싶었으나, 당시 죄인 신분의 정희량은 귀양지를 벗어날 수 없었다.
너무 슬프고 답답해서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이었던 정희랑은 귀양지 근처에 있는 수로왕릉(金首露王陵)을 찾아가 
어머님의 죽음을 슬퍼하는 애사(哀詞)를 짓고, 고향에 돌아갈 수 있기를 기원한다.

수로왕릉은 금관가야(金官伽倻)의 시조인 수로왕(首露王)의 무덤인데, 당시 주변 사람들 사이에서 '수로왕릉에서 소원을 빌면 소원이 이루어지는 영험한 곳'으로 유명했다.

수로왕릉을 방문하고 돌아온 날 밤 정희량은 이상한 꿈을 꾸게 된다.

꿈속에서 어떤 사람이 나타났는데, 왠지 위엄이 느껴졌으며, 특이하게 눈동자가 두 개였다.
그는 정희량에게 다가와  “너는 장차 놓여날 것이다.” 라고 말하고는 사라졌다.

꿈에서 깬 정희량은 자신이 꾼 신기한 꿈을 주변 지인들에게 이야기하고 또 기록하여 잘 보관하였다고 한다.
 
고려말 승려 일연이 쓴 삼국유사에 따르면, 김수로왕의 눈동자가 두 개였다(重瞳)는 기록이 있는데, 
아마도 정희량의 꿈속에 등장한 사람은 죽은 김수로왕인 듯 하다. 

꿈이 실현되어서 인지 꿈을 꾼지 몇 개월 후(1501년 음력 9월), 정희량은 사면(赦免)되어 자유의 몸이 된다..
그는 고양군(高陽郡, 지금의 고양시)에 있는 어머니의 묘를 찾아가 시묘살이를 하다가 시묘살이가 끝날 때쯤 갑자기 사라지는데, 그때 정희량의 나이 34세(1503)였다.

당대 사람들은 예언서 등에 능통했던 그가 다음 해에 갑자사화(1504)가 일어날 것을 미리 알고 멀리 도망간 것이라고 말하며, 그를 신비한 인물로 여겼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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