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종일몽(始終一夢)

꿈속 조카의 모습으로 형님의 죽음을 직감하다 본문

예지몽이야기

꿈속 조카의 모습으로 형님의 죽음을 직감하다

Hari k 2024. 2. 27. 0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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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순효(孫舜孝, 1427-1497)는 조선 전기에 호조참판, 형조참판, 대사헌 등을 역임한 문신이며, 문장가다.

손순효는 성종 임금이 아끼던 신하중 하나였는데, 성종 임금과의 재미있는 일화가 전해진다.

문장이 아주 뛰어난 손순효는 명나라에 보내는 서신을 도맡아 처리할 정도록 재주가 특출 났다. 그러나 옥에 티처럼 술을 무척 좋아해 항상 술에 취해 있었는데, 업무 중에도 술에 취해 있기도 했다고 한다. 
하루는 성종 임금이 은으로 만든 술잔 하나를 주면서, '하루에 한 잔만 마셔라'는 어명을 내렸다. 얼마 뒤 또 만취한 손순효를 본 성종이 그를 다그치자, 얇게 펴서 사발크기로 키운 술잔을 내보이며 하루 한 잔만 마신 게 맞다며 둘러댔다는 이야기다.

손순효는 형제가 다섯이었는데, 그중 셋째 아들로 태어났다.
위로 형 인효(孫仁孝), 충효(忠孝), 그리고 아래로 동생 성효(成孝), 증효(曾孝)가 있었다.

 

조선 손순효 예지몽_시종일몽(始終一夢)


손순효가 50대후반에 경상도 관찰사로 근무할 때 일이다. 
업무상 부산 동래(東萊)에 사찰을 나가게 되었는데, 그다음 날 그 지역 현령이 그를 위한 연회를 베풀어 주려고 좋은 술과 음식을 준비를 하고 있었다.
이때 마침, 손순효의 첫째 형 손인효(孫仁孝)의 부고가 전해진다. 현령이 준비된 연회가 무산될까 싶어, 부고를 받고도 손순효에게 숨기고 말하지 않았다. 

그날 밤 손순효가 꿈을 꾸게 된다.
꿈속에서 자신의 큰형 손인효(孫仁孝)아들이 자신의 앞에 나타났는데,
몸에 거친 베로 만든 옷, 두건, 허리띠를 하고 죽장을 들고 있는 것이 영락없는 상주(喪主)의 차림이었다.

손순효는 밤중에 일어나 앉아 울면서 '늙은 형님이 필시 돌아가셨을 것이다'라고 생각하였다. 

그다음 날 손순효는 현령에게 연회를 취소하고, 고기나 생선 반찬이 없는 소찬(素饌)을 차리게 했다.

현령이 그 이유를 물으니, 꿈이야기를 하며 '연로한 형님이 돌아가신 듯 하오. 곧 형님의 부고가 올 것이오'라고 말했다.
깜짝 놀란 현령은 '실은 어제 형님의 부고를 받았습니다'라고 이실직고 하였다고 한다.


손순효가 경상도 관찰사로 있을 때 관련된 꿈 이야기가 하나 더 있다.
손순효가 그날도 여러 고을을 순시하러 가던 중, 경상북도 영주(지금의 영천)를 지날 때였다.
술에 취해 잠시 말위에서 졸다가 꿈을 꾸게 되는데,

꿈속에 머리와 수염이 하얗고 의관을 점잖게 입은 노인 한분이 나타나서 말했다.
'나는 포은(정몽주)이다. 내가 잠시 거쳐하고 있는 곳이 피폐하여 비바람을 막을 수가 없다. 나를 도와주었으면 좋겠다'라고 말하고 사라졌다.

손순효가 깜짝 놀라 꿈을 깬 뒤, 
그 길로 바로 이 마을의 내력을 잘 알고 있는 노인을 찾아가 포은 정몽주와 관련된 이 마을 사연을 물어보았다.
손순효는 노인의 이야기를 통해 그 마을이 포은 정몽주가 태어난 마을이며, 그의 효행을 기리는 유허비가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손순효는 그 말을 듣고, 인근을 수색하여 땅속에 묻혀있던 잃어버렸던 비석을 찾아서 원래대로 세우고, 비바람을 피할 비각도 함께 지어주었다고 한다.  
그 비석이 바로 경상북도 영천에 있는 '포은정몽주유허비(圃隱鄭夢周遺墟碑)'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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