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종일몽(始終一夢)

꿈을 말했다가 참수 당한 조선인 정인수 본문

사(史)적인 꿈 이야기

꿈을 말했다가 참수 당한 조선인 정인수

Hari k 2024. 2. 16. 0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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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조의 다섯째 아들 이방원이 왕위에 오르는 것을 도와 공신이 된 이무(李茂, 1355-1409)는 이방원이 즉위하여 임금이 되자 우정승에 오르며 막강한 권력을 쥐게 된다..

꿈을 말해 죽은 사람_시종일몽(始終一夢)


우정승 이무 (李茂 )가 권세가로서 한창 이름을 날리던 때, 그를 익히 알고 있던 정인수(鄭仁壽)라는 사람이 어느 날 꿈을 꾸게 된다.

꿈속에서 우정승 이무는 임금이 되어 있었다. 
이무는 임금의 권위와 위엄을 나타내는 화려한 깃발, 부채, 양산, 무기 모양의 장물 등의 의장(儀仗)을 잘 갖추고, 자신의 집에서 나와 사람이 많이 모여있는 시내(市內)를 지나갔다.

꿈에서 깬 정인수는 꿈이 신기하게 생각되어, 자신의 꿈 이야기를 같은 마을에 사는 한용이라는 지인에게 말하였다.
꿈이야기를 다 들은 한용은 "왕위(王位)를 바꿀 길한 꿈이다."라고 해몽해 준다.

당시 조선에는 미래를 예언하는 여러 참서((讖書, 예언서) 등이 유행했었는데, 왕권교체에 관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 책도 있었다. 아마도 이런 예언서 등에 나온 왕권교체에 관한 이야기에 영향을 받았던 것 같다.
 
실제로, 태종 8년(1408) 해전고(解典庫) 관원이였던 임형(林瑩)이 김귀(金貴)의 집에 있던 참서(讖書, 예언서)를 읽고, 조선왕조의 몰락을 예언하는 “이 씨(李氏)의 30년 기업(基業)이 끝난 뒤에 다른 이 씨가 나온다”는 말을 지인에게 했다가 고발당해 죽임을 당하는 사건도 있었다.

몇 년 후, 정인수의 꿈은 잊히는 듯했다.
그러나 정인수와 심하게 싸운 한용이 정인수에게 앙심을 품고, 그가 꾼 꿈을 고발(1410, 태종 10년)하는 일이 일어난다

고발 당시, 정작 정인수의 꿈속에 나타났던 이무(李茂)는 귀양 간 민무구 형제(태종의 처남들)를 옹호하다가, 이미 대역죄로 처형(1409, 태종 9년)된 상태였다. 

이 사건을 들은 태종 임금은 '꿈은 허망하여 믿을 수 없는 것이지만, 큰 일을 보고 다른 사람과 말을 하였으니, 이것이 죄이다'라고 하며, 그들을 곤장만 때려서 석방하려 하였다. 

그러나 의정부에서 반대한다. 이무와 같은 인물이 왕이 될 수 있다는 불순한 생각을 한 것이 꿈으로 나타났고, 이것을 주변에 말하고 옮겼으니 두 사람 모두 사형에 처하라고 주청한다.

"옛사람이 이르기를, ‘낮에 한 일을 밤에 꿈꾸는 것이다.’ 하였으니, 정인수가 평일에 이러한 마음이 없었다면, 어찌 이러한 꿈을 꾸었겠습니까? 비록 실지로 꿈을 꾸었다 하더라도 깨어난 뒤에는 마땅히 두려워하여 감히 말을 발설하지 않았어야 할 것인데, 의심치 않고 발설하였으니, 그 마음을 헤아릴 수 없습니다."

임금이 말하기를, 
"어떻게 꿈속의 일을 가지고 실형(實刑)으로 처단할 수 있겠는가!"

하니, 다시 아뢰었다.

"꿈이 비록 허탄(虛誕)한 것이나, 정인수가 이무(李茂)의 전성(全盛)하였던 때를 당하여 다른 사람에게 이야기하였고, 한용의 꿈을 점친 말이 모두 부도(不道)한 것이오니, 청컨대, 큰 말을 발설한 율[설대언어율, 說大言語律]에 의하여 시행하소서."

 

<조선왕조실록 태종 10년 7월 4일 기사 중>

 

'대명률'은 조선이 준용해서 썼던 명나라의 형법전(刑法典)이다.
대명률(大明律)에 의하면, ‘큰 말을 떠들어대어 많은 사람을 선동 현혹시킨 죄(說大言語律 煽動眩惑)'는 목을 베는 참형에 처했다.

결국 우의정 이무가 왕이 되는 꿈을 꾼 정인수와 이를 길몽으로 해몽해 준 한룡은 참형을 당해 죽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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