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종일몽(始終一夢)

전투 중에 꾼 성석린의 예지몽 본문

예지몽이야기

전투 중에 꾼 성석린의 예지몽

Hari k 2023. 12. 13. 0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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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석린(成石璘, 1338~1423)은 고려에서 조선으로 전환되는 시기의 문관으로 19세(1357)인 고려 공민왕 때 과거급제하여 관직에 나아갔으며, 조선 태조 때 그의 나이 64세(1402)에 영의정에 오른 인물이다. 

성석린이 40세(1378) 되던 해, 대규모 왜구들이 고려의 수도 개경(지금의 개성)으로 진군해 왔다,
왜구는 승천부(昇天府, 지금의 개성시 개풍군)까지 침입하였는데, 당시 문관이었던 그는 조전원수 (助戰元帥, 우두머리 장수를 돕던 장수)로 임명되어 양백연(楊伯淵, 원나라에서 고려로 귀화한 장수)의 부하로 전투에 참여하게 된다.

조선_성석린_예지몽_시종일몽(始終一夢)

 

성석린이 왜병과 전투 중이던 어느 날 깜박 졸았는데, 그때 꿈을 꾸게 된다.
꿈속에서, 잘 모르는 사람이 성석린에게 다가와서는 “공은 쑥갓을 머리에 쓸 것이니, 근심하지 마시오.”라고 말했다.
그 말을 듣고 화들짝 놀라 잠에서 깨게 된다. 

성석린이 꿈을 생각하며 스스로 해석해 보니 
"'쑥으로 된 갓'이란 '蒿(쑥:호), 冠(갓:관)'을 써서, 호관(蒿冠)인데, 그것을 머리를 쓰는 것이니, 아주 불길한 일이 생길 수 있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전략을 제시하며 전투에 최선을 다해 임했다.

마침 이성계, 최영 등의 장수가 이끄는 고려군이 가세(加勢)하여, 승천부에서 왜군을 격퇴하여 대승을 거두게 된다. 성석린도 그 공으로 공신의 칭호를 받고, 동지밀직사사(同知密直司事, 종 2품)로 승진도 하게 된다.

그러나 그가 상사로 모셨던 양백연은 전투에서 용맹함과 무공으로 당시 임금들(공민왕, 우왕)의 신임을 얻었으나, 재물과 여색을 좋아하여 많은 추문과 주변의 미움을 받았다고 한다. 민간에서는 '양백연의 군대를 만나느니, 차라리 왜구를 만나는 게 낫다'라는 소문이 날정로 민심도 등을 돌린 상태였다. 

결국 1379년 가을 탄핵을 받은 양백연(楊伯淵)은 유배지에서 죽임을 당하게 되고, 아울러 그의 부하로 있던 성석린 역시 그 일에 연루되어 죽임을 당할 위기를 겪게 된다. 다행히 곤장을 맞고 유배 가는 것으로 마무리되는데, 그의 나이 41세(1379)였다.

그 후, 성석린의 나이 54세(1392)에 승천부 전투에 같이 참여했던 이성계가 조선을 건국하고, 64세(1402)에 건국된 조선에서 영의정에 오르게 된다.

성석린은 영의정에 오른 후 과거 꿈을 생각하며

 “예전 꿈속에서 어떤 이가 말해준 쑥갓(蒿冠, 호관)의 '蒿(쑥:호)는 '짚:고'라고도 하는데, '짚:고'로 발음하여, '호관'이 아닌 '고관'으로 발음하는 것이 맞다. 고관[蒿冠]은 고관(高官, 신분이 높은 관리)과 발음이 같으니, 곧 고위관리가 된다는 말이었구나'하며 회상하였다고 한다.


조선왕조실록의 성석린 졸기에 따르면 

 <...태조가 잠저(潛邸)에 있을 때로부터 석린을 가장 중히 여기더니, 왕위에 오르매 대우함이 더욱 높아서, 비록 임금의 마음에 기쁘지 않은 일이 있더라도 석린을 보면, 마음이 풀리어 노여움을 그치고, 말하면 반드시 들어주었다...>라는 기록에서 태조 이성계와 성석린의 남다른 우정을 짐작할 수 있는데, 

성석린 꿈을 꾼 시기가, 문관인 성석린이 무관인 이성계와 같이 전투에 참여한 시기인 것도 어떤 의미 있지 않을까 조심스레 추정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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