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종일몽(始終一夢)

토지의 작가 박경리와 태몽 본문

태몽이야기

토지의 작가 박경리와 태몽

Hari k 2017. 6. 29. 2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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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하소설 '토지(土地)'로 대표되는 소설가 박경리(1926-2008)는 경상남도 통영에서 아버지 박수영과 어머니 김용수 사이에서 태어났다. 본명은 '박금이'이고 '박경리'라는 필명으로 더욱 많이 알려져 있으며, 한국 현대문학을 대표하는 작가이다. 

박경리 태몽_작가_시종일몽(始終一夢)

그녀의 어머니가 박경리를 임신했을때,
두눈이 눈깔사탕처럼 동그랗고 파란눈을 가진 하얀 용이 방으로 들어오는 꿈을 꾸었다.
용꿈은 아들일 것이라 기대했는데 딸이 태어나자 모두들 범띠해에 용꿈 태몽을 꾸고 태어난 딸이라서 팔자가 셀거라고 했지만,

그녀의 어머니는 '산신에게 빌어서 꿈에 흰 용을 보고 너를 낳았으니 비록 여자일망정 너는 큰 사람이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또한 박경리는 아버지가 18세에 박경리를 낳고 가출하고, 어머니와 둘이 생활했는데, 우연인지 필연인지 어머니의 이름이 '용이 지킨다'는 뜻의 용수(龍守)라는 사실도 흥미롭다.

 

아버지의 부재, 전쟁으로 인한 남편과 아들의 죽음 등 여성으로서 녹녹치 않은 삶이였지만, 작가로서의 그의 삶과 그가 25년간 집필한 소설 '토지'는 한국 현대문학사에 빼놓을 수 없는 기념비적 존재이다.

 

박경리는 그의 자전적 시 "나의 출생"에서 자신의 태몽과 함께 자신의 출생에 대한 이야기를 적고 있다.

 

나의 출생 
                            박경리

나의 생년월일은
1926년 음력 10월 28일이다
한국 나이로 하자면
아버지가 18세 어머니는 22세에
나를 낳았다

 

가난했던 외가였지만
혼인한 지 사오 년이 되도록
아이를 낳지 못하는 딸자식을 근심하여
이웃에 사는 도사
그러니까 축지법을 쓴다는
황당한 소문이 있는 도사에게
자식을 점지해 달라고
외할머니가 부탁하여
덤불山際(산제)를 올렸다는 것인데
그것이 영험으로 나타났던지
바람 잡아 나간 아버지가
섣달 그믐날 난데없이 나타났고
어머니는, 어머니의 말을 빌리자면
두 눈이 눈깔사탕같이 파아랗고
몸이 하얀 용이 나타난 꿈
그것이 태몽이었다는 것이다
하여 어머니도 주위사람도
아들이 태어날 것을 믿었다고 했다

 

고된 시집살이였던 그때
어머니는
어른들 저녁 차림을 하고 있던 참에
갑자기 산기가 있어
마침 그날 도정해다 놓은 쌀가마에서
쌀을 퍼 담고
친정으로 오자마자 나를 순산했으며
술시라던가 해시라던가
아무튼 초저녁이었다는 것이다
계집아이의 띠가
호랑이라는 것도 그렇거니와
대낮도 아니고 새벽녘도 아니고
한참 호랑이가 용을 쓰는
초저녁이라
그 팔자가 셀 것을 말해 뭐하냐
어릴 적에 나는
그 말을 종종 듣기도 했고
점쟁이는 팔자가 세니
후취로 시집보내라 그랬다는 것이다
그러나 어머니는
딸이라 섭섭해 한 적은 없었다고 했다

 

나를 낳고 젖몸살을 앓은 어머니가
젖꼭지를 아이에게 물릴 때마다
아파서 얼굴을 찡그리는 것을 본
나이 어린 신랑이
신통하게도
젖꼭지랑 젖병을 사들고 왔더라는 것이다
어머니가 유일하게
아버지로부터 받은 애정인 셈이다
그러저러한 사연을 지니고
다른 아이들과 별반 다를 것 없이
나는 세상에 떨어졌던 것이다
하나 사족을 달자면
용을 본 것이 태몽인데
공교롭게도
어머니의 이름이 용수(龍守)였다
본명은 선이라 했으나
어릴 적에 죽은 바로 위의 오빠
그의 이름이 용수였고
어떻게 된 일인지
호적상으로 어머니가
물려받게 된 것이라 했다
땅문서 집문서의 소유주 이름은 물론
문패에도 어머니의 이름은
김용수(金龍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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